일본은 스코틀랜드,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위스키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예전에는 세계 4대 위스키 생산국이라고 하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를 일컫었지만, 지금은 일본까지 포함해 세계 5대 위스키 생산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위스키 맛은 둘째치고, 높은 몸값으로 더 유명해지고 있는 재패니즈 위스키에 대해서 알아보자.
재패니즈 위스키의 역사
재패니즈 위스키는 약 100년가량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의 시작에는 재패니즈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토리이 신지로, 타케츠루 마사타카이다. 1923년 야마자키에 설립된 증류소가 바로 현재의 '산토리'라는 주류회사의 증류소이다. 산토리는 창업자 토리이 신지로가 일본의 상징인 태양(Sun)에 본인의 이름 토리(Tory)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산토리는 1923년 증류소를 세우고 일본의 첫 위스키인 산토리 시도 후다 화이트라벨을 출시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러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손꼽히는 주류회사로 성장하였다. 참고로 짐 빔으로 유명한 빔(Beam)도 산토리의 소유이다. 처음 야마자키 증류소를 세울 때 함께 한 사람이 바로 타케츠루 마사타카이다. 타케츠루는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환경인 홋카이도(북해도)에 증류소를 세우자고 했으나, 토리이는 교통과 판매 등을 고려해 도심 인근에 설립하기를 원했고, 조율 끝에 결정된 곳이 오사카의 야마자키였던 것이다. 이후 계약 기간인 10년이 지난 1934년 타케츠루는 산토리를 나와 이전부터 원했던 홋카이도에 증류소를 세우고 운영을 하기 위해 사과 과즙, 와인을 판매하며 위스키를 증류하기 시작한다. 이후 1952년 재패니즈 위스키계의 쌍두마차 중 하나 인 니카 위스키에서 이름을 가져온 니카위스키주식회사로 이름을 변경 했으며, 현재 아사히 맥주의 자회사다.
일본에는 사케를 생산하면서 위스키도 소량 생산하는 증류소부터 300만 리터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대량 생산하는 대형 증류소까지 약 20곳이 넘는 위스키 증류소가 있다. 재패니즈 위스키는 2021년 4월 1일부터 새로운 주세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그동안 가장 폭넓었던 위스키 규정에서 어느 정도 일반화된 규정을 따르게 되었다. 4월 1일 이전의 주세법에 따르면 발아한 곡류와 물을 원료로 사용해 당화 효모로 발화한 뒤 95%미만으로 증류한 것을 말했다. 95%이상으로 증류한 것은 스피릿(주정)으로 구분했고 이렇게 만들어지면 위스키라 부를 수 있었다. 곡물과 증류기, 숙성 등의 제한은 없었고 95%미만으로 증류하여 만든 위스키가 10%만 포함되어도 위스키로 분류되었다. 이런 규정으로 인해 재패니즈 위스키는 보드카와 같다고 불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규정을 장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재패니즈 위스키 관련자들은 법 개정을 요구하게 되어 결국 21년 4월 1일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게 된다. 새로운 규정을 통해, 일본 내에서 발아된 곡물을 포함하고 물을 사용해 당화 발효하며, 95%이내로 증류, 700L미만의 나무통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 40%이상으로 병입하고 캐러멜 색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시행되었다.
아래에서 초보자가 입문하기에 적합한 대중적인 재패니즈 위스키 세가지를 추천하고자 한다.
재패니즈 위스키 추천 3
1. 산토리(Suntory)
재패니즈 위스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판매되는 산토리 위스키는 하이볼을 위한, 하이볼에 의한, 하이볼의 위스키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한 거북이 등딱지 모양의 각진 병 모양 때문에 '가쿠빈(각진 병, 角瓶)'이라 불리기도 한다. 1937년 출시 된 이후 재패니즈 위스키의 명맥을 이어온 위스키로, 일본의 버블 경제 위기 이후 위스키가 시들해졌을 때 하이볼로 지금의 재패니즈 위스키의 열풍을 이끌어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역시 하이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야마자키와 하쿠슈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 원주를 자체 생산한 그레인 위스키와 배합하여 달달한 향기와 진한 맛, 드라이한 피니쉬가 특징이다. 주로 미즈와리나 하이볼용으로 사용되며, 자사의 탄산수인 산토리 소다를 같이 소개하고 있으며, 산토리 소다쪽은 하이볼 용도에 맞춰 강탄산+경수 배합으로 리뉴얼하였다. 하이볼 잔에 레몬 조각 하나를 살짝 짜넣고 얼음을 넘칠듯이 가득 채운 후 차갑게 식힌 가쿠빈 위스키, 탄산수를 1: 4의 비율로 부은 뒤,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한번만 저어주는 것이 산토리에서 추천하는 가쿠빈 하이볼의 황금비율 레시피이다. 그러나 국내의 대부분의 이자카야에서는 탄산수 대신 토닉워터를 쓰다보니 단맛이 강하다.
2. 히비키(Hibiki)
'울리는 향(響き)'이라는 뜻을 가진 히비키는 산토리의 증류소의 위스키를 섞어서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1989년에 12년, 17년, 21년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현재 12년 제품은 단종되었고, 21년부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레어급이다. 17년도도 당분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였고, 언제 재개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설투자 확대를 통해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돈을 넣는다고 당장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생산량이 늘어나도 숙성기간을 감안하면 당분간 품귀현상은 불가피해보인다.
이에 2015년 이후 숙성 연수 미표기 제품인 하모니를 출시했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급격한 가격 상승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4절기를 상징하는 병 디자인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제4악장을 이미지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야마자키증류소와 하쿠슈증류소에서 나온 30종 이상의 몰트 위스키와 여러 가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만큼, 그 하모니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교향곡의 이름을 제품에 사용하였다. 특징은 숙성과 블렌딩을 마친 위스키를 와인 양조에 썼던 오크통에 다시 한 번 숙성해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다른 히비키에 비해서 과일향이 더욱 풍부하게 난다.
3. 이와이(IWAI)
이와이는 재패니즈 위스키 선구자 중 한 명인 이와이 키 이치로의 이름을 빌려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출시한 위스키다. 이와이 키이치로는 타케츠루가 유학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상사이다. 홈보주조에 증류소를 세웠으며, 그 증류소를 발판으로 1985년 마르스 신슈 증류소를 설립한다. 1992년부터 20년동안 생산하지 않았다가 2011년 다시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와이 재패니즈 위스키는 옥수수와 맥아를 섞어, 나가노현 신슈의 풍부한 자연, 맑은 공기를 느끼게 하는 상쾌한 맛과 맥아의 화려한 향기가 특징인 블렌디드 위스키다. 키몰트는 버번 배럴 숙성 원주가 베이스이고, 셰리 캐스크 원주를 악센트로 배팅하여, 복합적인 화사함과 균형감 있는 확고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중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질감은 부드럽고 작기 숙성에 의해 기품 있는 맛과 심지 있는 확실한 여운이 있다. 스트레이트, 온더락, 미즈와리로 쉽게 즐길 수 있으며 각종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의 기주가 되어 북미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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