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옥수수 그리고 테네시 위스키 이 세 스타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옥수수라는 하나의 공통 재료로 묶어있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증류하기 전 단계인 발효맥아주로 만들기는 어려운 작물이다. 대신 세 가지 위스키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테네시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는 사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버번 위스키와 동일하지만 테네시주의 독자적인 법에 따라 만들어야 테네시 위스키로 분류된다. 두 스타일 모두 엄격한 룰에 의해 만들어진다. 처음의 엿기름 안에 둘다 최소한 51% 이상의 옥수수가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함유율은 훨씬 더 높다. 둘 다 증류 시 알코올 도수에 관해서는 엄격한 제재 대상이며, George Dickel Tennessee Whiskey의 소유주인 디아지오가 룰을 바꾸고 헌 배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테네시 주에 소송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버진오크(새 오크)를 그을린 배럴 안에서만 숙성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버번 위스키의 아류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테네시 위스키는 오크에 숙성시키기 전 링컨 카운티라고 불리는 단풍나무 숯에 여과를 하는 테네시 고유의 작업이 추가된다. (단 벤자민 프리차드 위스키의 경우 이 링컨 카운티 작업이 없어도 테네시 위스키로 분류되게끔 예외 조항이 있다) 이 작업은 단풍나무 숯으로 벽을 만들고 증류수를 그 곳에 통과시키며 붓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싱글몰트와 달리 미국의 위스키는 보통 컬럼 스틸이나 컨티뉴어스 스틸을 사용하여 만든다. 매쉬빌(맥아 혼합물)이 물과 섞인 후에 맥주를 만들기 위한 효모가 투입되고, 보리의 겉껍질로 만들어지는 달콤하고 뽀얀 맥즙은 컬럼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며, 매우 높은 온도의 압축된 스팀을 쐬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알코올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컬럼 스틸의 옆 부분에 마치 접시같이 생긴 부분들에 채집되는데, 그 결과물은 "화이트독(White Dog)"이라고 불리며 달콤하고 강렬하긴 해도 싱글몰트만큼 맛이 풍부하지 않다.
캐스크는 나무가 가진 속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을려지는데, 그 과정을 통해 원액은 고유의 막대사탕이나 광을 잘 낸 가죽과 같은, 바닐라와 달콤한 향신료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켄터키에서조차 증류주는 캐스크 안에 들어가는 순간 버번이 되기 시작한다. 2년의 숙성기간이 지나면 완전히 버번이 되는 것이다. 극도의 온도차이는 스코틀랜드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빠른 숙성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 이유로 버번과 다른 미국 위스키들은 4년산이라도 환상적인 맛이 날 수 있으며 6년 이상이 되면 그 맛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테네시 위스키이자 국내에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접근성으로 인기가 많고, 콜라와 섞어 잭콕으로 마시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콤하고 바닐라향이 짙은 잭 다니엘에 대하여 소개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잭다니엘스(Jack Daniel's)
미국 테네시주 잭 다니엘은 가문의 소유였던 노예 나단 그린(Nathan Green)으로부터 그의 고향인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설탕단풍 숯 여과 공정을 통해 위스키를 만드는 양조법을 배웠다고 한다. 1863년 노예해방 이후, 1866년 다니엘이 댄 콜의 양조장을 인수하고, 그린을 자신의 양조장 디스틸러로 고용한 것이 잭 다니엘스 기업의 시작이다. 다니엘과 그린의 동업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재 잭 다니엘의 마스터 디스틸러는 그린의 고손녀인 버틀러(Victoria Eady Butler)이다.
스탠다드형으로 잭 다니엘 올드 No.7, 고급형으로는 젠틀맨 잭, 싱글 배럴, 실버 셀렉트가 있다. 스탠다드형 가운데 적혀 있는 Old No.7이라는 문구 때문에 흔히 7년 숙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숙성 자체는 Old No.7 기준 최소 4년. 스트레이트 버번은 최소 2년 숙성이고, 4년 미만 숙성 시에는 병에 따로 "36개월 숙성" 마냥 적어두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숙성 연도가 스카치 위스키보다 짧기 때문에 아무래도 목넘김이 비교적 거칠다. 젠틀맨 잭은 독특한 단맛과 부드러움, 과일향을 지니고 있으며, 싱글 배럴은 브루마스터가 엄선한 단 하나의 배럴에서 숙성된 원액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닐라 맛과 잘 구운 오크 및 캐라멜 향이 난다고 한다. 실버 셀렉트는 싱글 배럴 중 가장 고급으로 초콜릿, 오렌지 향이 풍부하면서도 강렬한 알코올 감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2011년도를 전후로 미국의 대형 위스키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허니 위스키가 유행하자 잭 다니엘도 허니 위스키를 출시했다. 기존 No7 잭 다니엘의 평가도 단풍나무 숯 필터링 덕분에 짧은 숙성년수에 비해서 엄청 순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허니는 이제 꿀맛 밖에 못 느끼겠다는 평이 많다. 미국 주류법의 위스키 분류에 필요한 알콜 도수(40%)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알콜 도수 35% 수준이라, 리큐르 주종으로 분류돼 위스키로 판매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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