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블렌디드 위스키는 싱글몰트에 비해 최고의 평가를 받지 못한다. 많은 경우 싱글몰트는 하이퀄리티고 그에 반해 블렌디드 위스키는 그렇지 않다는 시장의 편견이 있다. 그러나 위스키의 퀄리티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그런 만연한 평가는 정당하지 않다.
보통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의 싱글몰트들을 그레인 증류주와 섞은 것이다. 싱글몰트는 포트 스틸을 이용하여 회기 단위로 생산되는데 반해 그레인 위스키는 연속식 증류기나 증류탑으로 생산된다. 그레인 위스키는 싱글몰트에 비해 성격이 덜 분명하고, 생산 기간이 짧으며 비용도 더 적게 든다. 그러나 곡물은 위스키를 보다 부드럽게 만들고, 밸런스가 잘 맞으며, 풍미를 좋게 만들기 때문에 초기에 그런 특성들이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렇다면 왜 블렌디드 위스키를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간단하게 말하면 질 낮은 블렌디드 위스키들이 시장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몰트 증류주를 만드는 데에는 룰이 정해져있는데, 그것은 스코틀랜드의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되어야 한다는 것과 알코올 도수가 40% ABV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렌디드 위스키에 부여되는 룰은 캐스크의 나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랜 사용으로 낡은 캐스크들이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 모이게 된다. 게다가 블렌딩 되는 곡물이나 싱글몰트의 가짓수가 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스카치 협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낡은 캐스크에서 딱 3년을 숙성하고 80% 넘게 그레인 위스키를 함유하고 캐스크 때문이 아닌 캐러멜 덩어리로 착색한 아름다운 밤색 컬러의 위스키들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
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는 매우 숙련된 마스터 블렌더들이 있고 잘 블렌딩된 위스키를 창조하기 위해 많은 스타일의 위스키들을 시도하고 실험하고 있다. 가장 좋은 블렌디드 위스키는 그레인 위스키와의 밸런스가 뛰어나며, 리치한 뉘앙스와 섬세함이 예술품이라 부를 만큼 훌륭하다. 이중에서도 프리미엄급의 블렌디드 위스키들은 수백 달러를 호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귀한 위스키를 블렌딩 안에 포함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1. 시바스 리갈 12Y Chivas Regal
그린 빛의 열대과일, 깔끔하고 달콤하고 기분 좋은 우디향이 나는 위스키이다. 최소 프리미엄급인 12년 이상 묵은 원액만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있으며 12, 18, 25년의 세 종류만 생산한다. 입문자들이 시바스 리갈의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구입한 즉시 따서 바로 스트레이트로 마시다 강한 스모크향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다. '디캔팅'(Decanting)을 거치면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점차 카라멜 향이 강해지면서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디캔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단 딴 다음 1/3 정도를 비우고 뚜껑을 닫은 채 2~3주 정도 내버려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움을 가지게 된다.
2. 조니워커 블랙라벨 Johnie Walker Black Label
균형잡힌 향과 맛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캐릭터로 훌륭하게 만들어진 스모키함과 과일향이 조화롭다. 조니 워커의 정규 라벨은 숙성 년수 미표기와 표기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데, 블랙라벨의 경우 12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 40여 가지 이상을 블렌딩한 대표 위스키이다. 조니 워커 특유의 사선으로 된 라벨이 특징이다. 윈스턴 처칠이 가장 좋아했던 위스키로 유명하며, 처칠은 주로 탄산수에 섞어 마셨다고 하는데, 이 방법으로 마시면 알코올 향이 희석되고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탄산수 외에도 탄산음료인 진저에일, 콜라 등과의 궁합도 좋고, 은은하고 달달한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칵테일로도 만들 수 있다. 토닉워터와는 궁합이 별로라는 의견도 있지만 수입사에서는 조니 레몬 하이볼 레시피를 권하고 있으며, 이 레시피는 레몬 토닉워터를 사용한다. 참고로 위스키와 탄산음료의 비율은 1:3 정도가 적당하다.
3. 발렌타인 Ballantine's 17Y
발렌타인 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유명한 위스키 제조사 중 하나이며, 가장 전형적인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로 여겨지고 있다. 부드러운 바디감으로 목 넘김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다는 의견이 있다. 시바스 리갈이나 조니 워커와 비교해봤을 때, 튀는 향이 적어 더 부드럽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것은 호불호가 적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개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보리와 오크, 설탕과 향신료, 꿀과 시트러스의 달콤한 향과 살짝 느껴지는 사과와 꽃의 향, 풍부한 감초와 아로마틱 스파이스의 맛, 말린 과일의 향이 은은하고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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