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편하게 편의점이나 마트, 주류샵, 코스트코, 남대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들 중에서 가성비가 좋은 3-6만원대 입문자들을 위한 엔트리급 스카치 위스키를 추천을 하고자 한다.
1. 몽키숄더(블렌디드 몰트)
가격 : 4-5만원대 (40도, 700ml)
몽키숄더는 몰트맨을 의미하는 업계의 은어인데, 유래가 흥미롭다. 위스키 제조과정 중 몰트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요즘과 같이 현대화된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보리가 골고루 마를 수 있도록 기계를 사용해서 뒤집어주지만, 발베니 등의 일부 증류소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인부가 직접 몰트 건조장에 들어가 맥아를 뒤집는 과정을 고집한다. 이 과정에서 몰트를 삽으로 뒤집는 사람을 몰트맨이라고 부른다. 몰트맨이 오랜 기간 동안 삽으로 몰트를 뒤집는 과정에서, 어깨가 아래쪽으로 쳐지고 휘어지는 직업병을 얻게 되는데 이 모습이 원숭이의 어깨와 닮았다고 하여 몽키 숄더라고 부르게 되었다. 절대로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몰트를 적절하게 고루 뒤집는 작업에 매진한 장인들의 노고를 기리는 이름이다.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기리기 위해 윌리엄그랜트앤선즈(William Grant & Sons)사에서 발베니, 글렌피딕, 키닌뷰 증류소의 원액을 섞어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 상단에 보여지는 원숭이 세 마리는 이 세 증류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몰트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숙성연도나 증류소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고, 출시 초반에는 인지도가 적었지만, 가격 경쟁력과 훌륭한 바닐라향 피니쉬로 점차 데일리, 입문용 위스키로 자리 잡았다.
발베니, 글렌피딕, 키닌뷰 세 가지 몰트위스키의 원액을 섞은 만큼, 달달한 맛과 향으로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마시기 쉬워 엔트리급으로 적당하고 코 끝에 감겨오는 바닐라향이 매력적이다. 몽키숄더는 진한 몰트향 때문에 몰트바등에서 칵테일로도 많이 음용을 권하고 있다. 몽키숄더 칵테일은 진한 몰트향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며 몽키 콜라다, 몽키 올드패션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몽키숄더는 언더락보다 니트(Neat)로 마시는 것이 좋다는 평이 많으니, 부담스럽지 않은 입문자라면 니트로 마시는 것을 권해본다.
2. 코퍼독(블렌디드 몰트)
가격 : 3-4만원대(40도, 700ml)
몽키 숄더의 특징을 벤치마킹하여 디아지오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지만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8가지 몰트 원액을 조합한 뒤 리필 캐스크에서 숙성시켰다. 강렬한 피니시와 오크의 잔향을 느낄 수 있으며, 달콤한 토피향과 베리, 시트러스, 사과, 배 그리고 스파이시한 풍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몰트맨의 굽은 어깨에서 이름을 딴 몽키숄더(Monkey Shoulder)처럼 코퍼독(Copper Dog)도 오랜 시간 증류소에 근무해 온 이들의 노고를 기린다. 18세기 대영제국은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위스키에 아주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페이사이드에는 밀수꾼이 몰려들었고 지역 증류소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이 몰래 술을 훔쳐 담던 도구인 코퍼독 디퍼에서 '코퍼독'이 유래했다. 영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휴고 기네스가 코퍼독 브랜드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강아지 캐릭터와 함께 완성했다.
디퍼에 코퍼독 원액을 계량한 뒤 니트나 올드패션드 같은 클래식 칵테일로 즐기는 방법도 있지만, 다양한 리큐어와 섞어 마시기에 좋기 때문에 칵테일 베이스로 훌륭하다. 위스키&소다에서 변형한 독&소다(Dog&Soda) 방식도 있는데, 소다 대신 콜라를 넣기도 한다. 보일러메이커를 색다르게 바꿔 코퍼독에 홉하우스13 맥주를 섞는 독&하우스(Dog&House)로 즐길 수 있다. 밀레니얼 위스키답게 코퍼독은 정해진 형식 없이 다양하게 자신의 개성대로 만들어도 된다.
3. 조니워커 그린라벨 (블렌디드 몰트)
가격 : 6만원 후반대(43도, 700ml)
조니워커 시리즈 중에서 유일한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로, 최소 15년간 숙성된 링크우드, 크래건모어, 탈리스커, 그리고 쿠일라 4가지 싱글몰트 위스키의 원액만을 섞었다고 한다. 타 곡물이 섞이지 않아 부드럽고 강하며 더욱 진하고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은은하고 길게 묵직한 피트, 스모키향의 피니쉬가 지배적이고, 약간의 바닐라 향이 느껴진다. 비교적 가벼운 바디감을 가지고 있고 초콜릿, 커피, 오크의 아로마와 상큼한 꿀맛이 느껴진다. 싱글몰트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하며, 블렌디드 위스키의 부드러움을 좋아하지만 싱글몰트에 도전해 보고 싶을 때 입문용으로 좋은 위스키라고 생각한다.
4. 커클랜드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가격 : 2-3만원대 (40도, 1.75L, 코스트코에서 구입 가능)
조니워커 블랙과 유사한 늬앙스이고, 이것 저것 다 섞어놓은 맛으로 가격 대비 용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데일리로 편하게 홀짝홀짝 마시기에 부담 없는 위스키다.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하였고, 숙성연수는 표기되어있지 않지만 스카치 위스키 정의상 3년 이상 숙성 제품으로 유추되며,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인 제품이다. 논 피트의 무난한 스타일로, 저렴한 가격에 1.75리터의 용량을 구매할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를 나타내는 위스키이다. 가격대에 비해 밸런스도 괜찮고 바닐라향과 몰트 향도 적당해서 편안하게 데일리로 마시기 좋지만, 입문자의 경우 니트로 마시기보다는 하이볼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디캔팅을 하면 바닐라향과 몰트의 느낌이 더욱 살아난다.
5. 시바스 리갈
12년 가격 : 3만원대(40도, 700ml)
15년 가격 : 5만원대(40도, 700ml)
위스키 제조사인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 사에서 제조한 프리미엄급 블랜디드 위스키이다. '시바스'는 사람 성, '리갈은' 제왕이라는 의미고, 프리미엄 브랜드이므로 최소 프리미엄급인 12년 이상 묵은 원액만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있다. 깊고 부드러운 향, 상큼한 과일 향과 약한 카라멜 노트와 단 향을 가지고 있으며, 칵테일 베이스로도 좋고 온더락을 하면 부드럽게 넘어간다. 발렌타인에 비해 느끼한 미네랄 향이 적어 마시기에 비교적 쉽다. 15년의 경우 숙성 단계의 마지막에 꼬냑캐스크 피니쉬를 해서 달콤한 풍미를 극대화했다는 평이 있다.
블랜디드 위스키 특유의 숙성향과 화학약품과 비슷한 느낌 때문에 싫다는 사람도 있는데, 특히 어르신들 중에는 조니워커파와 시바스리갈파 두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시바스 리갈의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구입한 즉시 따서 바로 스트레이트로 마시다 강한 향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럴 때에는 '디캔팅'(Decanting)을 거치면 공기와 접촉하면, 최초에는 강한 향기가 주를 이루지만 점차 카라멜 향이 강해지면서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디캔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단 딴 다음 1/3정도를 비우고 뚜껑을 닫은 채 2~3주 정도 내버려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움이 강해진다고 한다.
박정희가 궁정동에서 생전 마지막으로 마셨던 술로 유명한데, 덕분에 한동안 '박정희가 즐기던 술'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높고 가격대는 합리적이라 선물용으로도 적당하다. 답례용으로는 비싸고 뇌물용으로는 저렴하다는 아이러니한 이유에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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